번개산행 앨범

[스크랩] [대청호가 보이는 산] 마성산

블랙캡틴 2010. 7. 5. 17:11
[만추특집 2 대청호가 보이는 산들 | 마성산 르포]
       
옥천 마성산~장계관광지 능선길에서 금강과 대청호 조망하기
 
‘발아래 흔들리는 가을 호반에 가슴이 떨려’
 
발이 순식간에 뒤로 밀렸다.
길도 아니다 싶은 무지막지한 산비탈에 매달려 숨을 헐떡이다 보니 탄식이 절로 나왔다.
정상으로 오르는 가장 가까운 길이라지만 경사도가 너무 심했다.
이곳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문제라는 생각이 문득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이미 발을 들인 이상 되돌아가는 것도 불가능했다.

▲ 물이 산을 안고 눕는다. 마성산에 오르면 대청호가 그려내는 산수화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다.
 
옥천 마성산(馬城山·409.3m)에 오르기 위해 취재팀이 선택한 길은 옥천읍 교동리의 교동소류지에서 시작하는 등산로였다.
산정으로 곧바로 오르는, 그야말로 직등 루트인 것이다.
산은 여유 시간을 내주면서 뒤로는 고통을 요구했다.
산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짧으면 가파르고, 에돌아가면 멀고 지루한 법이다.
우리는 시간의 대가를 제대로 치렀다.

교동소류지에서 연결된 임도를 타고 곧바로 진행해도 정상으로 오르는 산길과 만난다.
하지만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지름길을 택한 것이다.
물론 이런 고생 끝에 30분 이상을 번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희미한 길을 헤치고 가며 들인 노고에 비하면 결과물의 씨알이 크진 않았다.
앞으로 마성산을 찾는 독자들은 교동소류지에서 임도를 타고 오르다 만나는 사거리에서 오른쪽의 널찍한 산길을 이용하길 권한다.

▲ 호반이 보이는 능선길을 걷고 있는 대전둘레산길잇기 모임 회원들.

가을볕 쬐던 살무사와 기념촬영

햇살이 따가운 날이다. 나뭇잎에 묻은 건조한 가을 냄새가 폐부 깊은 곳을 찌른다.
서늘한 바람은 가을의 축복이다.
30여 분 땀을 쏟으며 올라선 마성산 정상은 바람의 놀이터였다.
이마에 참깨처럼 매달렸던 땀방울이 소리 없이 사라졌다.
비 소식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짙푸른 하늘이 온 세상을 뒤덮고 있었다.
정말 화창한 날이었다.

정상에는 긴 3단 GP 안테나가 달려 있는 산불감시초소가 외롭게 서 있었다.
그다지 넓지 않은 공터 한쪽 구석에 어른 팔뚝만 한 크기의 정상 표지석도 보인다.
덩치가 앙증맞아 자세히 살펴보니 밑둥이 부러져 있다.
그래도 넘어지지 않도록 잘 세워둔 것이 다행이다.
오가던 사람들의 흔적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깨어진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파손된 정상 표지석이 보기 좋을 리는 없었다.

시선을 돌려 우리가 올라온 급사면 뒤쪽에 펼쳐진 옥천 시가지를 내려다본다.
죽순처럼 여기저기 솟아 있는 아파트단지가 뿌연 안개 속에 잠겨 있다.
멀리 우뚝하게 솟은 서대산 앞으로 장령산자락이 성곽처럼 굳건하다.
운무는 아직까지 힘찬 그림을 그려낼 내공이 쌓이지 않는 듯 보였다.
조금 더 날씨가 추워지면 바닥에 깔린 운해의 장관을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산불초소 앞에서 쉬던 사람들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오늘 산행에 동행한 대전둘레산길잇기 카페 회원들이 살무사 한 마리를 발견한 것이다.
30cm는 족히 될 만큼 큰 녀석이었다.
동면에 들어가기 전에 햇볕을 쬐러 나왔다가 사람들 눈에 띈 것이다.
사실 뱀의 입장에서 보면 귀찮은 훼방꾼은 우리다.
느릿느릿 땅굴로 들어가려는 녀석을 잡아 기념사진을 찍고 숲으로 돌려보냈다.

마성산은 장령지맥상의 한 봉우리다.
이 지맥은 금남정맥에서 갈려나간 식장지맥상의 한 봉우리인 금성산(438.8m)에서 북동쪽으로 다시 가지를 뻗은 산줄기다.
그곳에서 연결된 산맥이 닭이봉(501m)~국사봉(668m)~대성산(705m)~장령산(655m)~도덕봉(407m)~마성산(409m)을 거쳐 금강변 장계교에서 대청호로 잦아든다.
금산과 영동을 흐르는 금강의 서쪽 분수령을 이룬 장령지맥은 도상거리 약 80km의 준수한 산줄기다.

마성산은 장령지맥에서 거의 끝부분을 형성하고 있는 봉우리다.
우뚝하게 솟아 있는 것이 독립된 산맥 같지만 식장지맥과 금남정맥을 거쳐 백두대간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마성산은 높지는 않아도 줄기가 굵어 종주 산행의 묘미가 남다르다.
북쪽 끝의 장계관광지까지 계속해 대청호의 푸른 물을 옆에 두고 산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성산 능선에서 보이는 호반은 수자원공사에서 관리하는 대청호에서는 벗어난 곳이다.
어떤 이들은 그냥 금강의 일부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엄연히 대청댐에 갇힌 고여 있는 물이니 호수라고 말해도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금강이 대청호가 되는 곳으로 볼 수 있다.

▲ 1 마성산을 오르며 본 옥천 방면의 운무. 날이 추워지면 더 뚜렷한 산수화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2 길이 숲으로 숨어들면 서늘한 가을의 향기가 코를 찌른다. 나뭇잎이 마르는 냄새가. 3 마성산 종주 코스에는 동쪽으로 절벽이 형성된 산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산불 지나간 구간이 조망도 좋아

마성산 정상의 헬기장을 가로질러 곧장 고도를 내렸다.
제법 가파른 길이지만 널찍하고 뚜렷해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내려선다.
길은 이내 숲으로 접어든다.
조금 전에 보았던 시원스런 조망은 나무들 사이로 숨는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은근한 햇빛이 상쾌하다.
산길은 고도를 한껏 낮춘 뒤 잔잔한 파도처럼 순탄하게 이어진다.
큰 힘 들이지 않고 진행할 수 있지만 숲의 연속이라 약간은 답답한 느낌이다.

나무 사이로 진행하다 보니 산길 가운데가 깊게 골이 패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비가 내린 뒤에 물이 흐른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 또렷하고 거친 흔적이다.
대전둘레산길잇기 동호회의 이주진(닉네임 돌 까마귀)씨는 “이 물골은 산악오토바이가 만든 것”이라고 했다.
대전 주변의 산을 오르다 보면 가끔씩 산속을 달리는 오토바이족을 만나곤 한단다.
급경사 오르막길을 억지로 오르며 바퀴로 좁은 골을 만드는 것이다.
취미도 좋지만 산을 이렇게 파헤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산길 상태가 보기에도 안쓰러웠다.
능선이 잠시 고개를 드는 326봉에서 산길은 오른쪽으로 꺾어 내린다.
정상의 공터에는 훌라후프와 ‘할애비산’이라 적힌 작은 리본이 달려 있다.
하지만 지형도상의 ‘할애비산’은 이 봉우리에서 남서쪽으로 350m 가량 떨어져 있는 289봉을 지칭한다.

산을 내려서면 왼쪽으로 광산터가 보이고 곧이어 며느리재를 만난다.
능선상의 사거리지만 왼쪽 국원리로 이어지는 길은 뚜렷하고 완만한 반면 우측 금강 방면은 길이 희미하고 경사도 심하다.
사실상 고개로서의 기능을 하는 곳은 아니고 산행 중 이정표로 삼을 만한 곳이다.

능선 동쪽의 경사가 점점 가팔라지며 대청호가 한층 가까이 다가왔다.
길게 굽이지며 이어진 호수는 계속해 금강 상류로 이어지고 있었다.
넓고 광활한 호수를 상상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는 풍광이지만, 실제로 보면 가슴 시원한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차분한 옥빛 호수에 조각배가 떠가는 모습이 가슴 떨리게 아름답다.

▲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산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

호반 경치 좋은 장계관광지로 하산

며느리재를 거쳐 이슬봉(454.3m)에 이르기까지 호반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연이어 나타난다.
마성산 줄기에서 조망이 가장 좋은 구간이다.
줄곧 오른쪽 절벽 아래로 보이는 금강과 함께 산행을 할 수 있다.
이곳은 몇 해 전 산불이 나서 비교적 큰 나무들만 살아남았다.
그런 덕분에 시야가 막힘이 없고 시원스럽다.
물길이 휘어지는 곳의 백사장 위에서 한가롭게 거니는 물새를 보며 호수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천천히 이동하며 가을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이슬봉 정상에는 삼각점과 2009년 3월 군북초등학교 42회에서 세운 나무 푯말이 서 있다.
정상에서 산길은 두 가닥으로 갈리는데, 왼쪽은 소정리로 내려서는 산길이고 오른쪽은 장계리로 이어진다.
이슬봉 이후로 산길은 크게 오르내림 없이 지형도에 참나무골산(422m)이라 표기된 봉우리까지 이어진다.
이 봉우리에서 잠시 북쪽으로 나서면 봉분이 있는 자그마한 봉우리에 올라선다.
장계교 일대가 아스라이 조망되는 장소다.
이곳이 평탄한 능선의 끝 지점이다.

이후 숲길을 따라 고도를 낮춘 다음 철탑을 거쳐 능선상의 삼거리(좌표 N36 22 12.6 E127 37 35.5)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계속해 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도로와 가깝긴 하지만 커다란 절개지로 연결되기 때문에 위험하다.
산허리를 가로질러 작은 고갯마루에 오르면 다시 길이 갈린다(좌표 N36 22 11.2 E127 37 40.5).
여기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농원을 통해 하산할 수 있지만, 최근에 전기 철조망을 설치해 출입이 불가능해졌다.
계속해 북쪽으로 뻗은 능선을 타고 300m쯤 가다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능선을 탄 다음 연이어 나타나는 봉분을 통과해 내려서면 도로와 만난다.
여기서 왼쪽으로 조금만 나가면 버스 정류소가 있는 큰길이다.

놀이기구와 식당 등이 밀집해 있는 장계관광지는 인기 휴양지였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주변에 놀이동산이 여럿 생겼고, 이제는 사람들의 발길이 예전만 못한 곳이다.
그래도 장계리의 음식점들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종주를 마친 뒤 대청호를 바라보며 즐기는 매운탕과 도리뱅뱅이는 마성산 산행의 또 다른 묘미다.
눈이 기쁘고 입이 호강한 즐거운 하루였다.

 
▲ 대청호 주변산 위치도
 
 
▲ 마성산 개념도


월간산 / 글 김기환 차장
            사진 김승완 기자
출처 : 한밭토요산악회
글쓴이 : 산무지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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