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추특집 2 대청호가 보이는 산들 | 마성산 르포]
- 옥천 마성산~장계관광지 능선길에서 금강과 대청호 조망하기
- ‘발아래 흔들리는 가을 호반에 가슴이 떨려’
- 발이 순식간에 뒤로 밀렸다.
- 길도 아니다 싶은 무지막지한 산비탈에 매달려 숨을 헐떡이다 보니 탄식이 절로 나왔다.
- 정상으로 오르는 가장 가까운 길이라지만 경사도가 너무 심했다.
- 이곳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문제라는 생각이 문득 머릿속을 스쳤다.
- 하지만 이미 발을 들인 이상 되돌아가는 것도 불가능했다.
-
- ▲ 물이 산을 안고 눕는다. 마성산에 오르면 대청호가 그려내는 산수화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다.
- 옥천 마성산(馬城山·409.3m)에 오르기 위해 취재팀이 선택한 길은 옥천읍 교동리의 교동소류지에서 시작하는 등산로였다.
- 산정으로 곧바로 오르는, 그야말로 직등 루트인 것이다.
- 산은 여유 시간을 내주면서 뒤로는 고통을 요구했다.
- 산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짧으면 가파르고, 에돌아가면 멀고 지루한 법이다.
- 우리는 시간의 대가를 제대로 치렀다.
교동소류지에서 연결된 임도를 타고 곧바로 진행해도 정상으로 오르는 산길과 만난다. - 하지만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지름길을 택한 것이다.
- 물론 이런 고생 끝에 30분 이상을 번 것은 틀림없다.
- 하지만 희미한 길을 헤치고 가며 들인 노고에 비하면 결과물의 씨알이 크진 않았다.
- 앞으로 마성산을 찾는 독자들은 교동소류지에서 임도를 타고 오르다 만나는 사거리에서 오른쪽의 널찍한 산길을 이용하길 권한다.
-
- ▲ 호반이 보이는 능선길을 걷고 있는 대전둘레산길잇기 모임 회원들.
가을볕 쬐던 살무사와 기념촬영
햇살이 따가운 날이다. 나뭇잎에 묻은 건조한 가을 냄새가 폐부 깊은 곳을 찌른다.- 서늘한 바람은 가을의 축복이다.
- 30여 분 땀을 쏟으며 올라선 마성산 정상은 바람의 놀이터였다.
- 이마에 참깨처럼 매달렸던 땀방울이 소리 없이 사라졌다.
- 비 소식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짙푸른 하늘이 온 세상을 뒤덮고 있었다.
- 정말 화창한 날이었다.
정상에는 긴 3단 GP 안테나가 달려 있는 산불감시초소가 외롭게 서 있었다. - 그다지 넓지 않은 공터 한쪽 구석에 어른 팔뚝만 한 크기의 정상 표지석도 보인다.
- 덩치가 앙증맞아 자세히 살펴보니 밑둥이 부러져 있다.
- 그래도 넘어지지 않도록 잘 세워둔 것이 다행이다.
- 오가던 사람들의 흔적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깨어진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 하지만 파손된 정상 표지석이 보기 좋을 리는 없었다.
시선을 돌려 우리가 올라온 급사면 뒤쪽에 펼쳐진 옥천 시가지를 내려다본다. - 죽순처럼 여기저기 솟아 있는 아파트단지가 뿌연 안개 속에 잠겨 있다.
- 멀리 우뚝하게 솟은 서대산 앞으로 장령산자락이 성곽처럼 굳건하다.
- 운무는 아직까지 힘찬 그림을 그려낼 내공이 쌓이지 않는 듯 보였다.
- 조금 더 날씨가 추워지면 바닥에 깔린 운해의 장관을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산불초소 앞에서 쉬던 사람들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 오늘 산행에 동행한 대전둘레산길잇기 카페 회원들이 살무사 한 마리를 발견한 것이다.
- 30cm는 족히 될 만큼 큰 녀석이었다.
- 동면에 들어가기 전에 햇볕을 쬐러 나왔다가 사람들 눈에 띈 것이다.
- 사실 뱀의 입장에서 보면 귀찮은 훼방꾼은 우리다.
- 느릿느릿 땅굴로 들어가려는 녀석을 잡아 기념사진을 찍고 숲으로 돌려보냈다.
마성산은 장령지맥상의 한 봉우리다. - 이 지맥은 금남정맥에서 갈려나간 식장지맥상의 한 봉우리인 금성산(438.8m)에서 북동쪽으로 다시 가지를 뻗은 산줄기다.
- 그곳에서 연결된 산맥이 닭이봉(501m)~국사봉(668m)~대성산(705m)~장령산(655m)~도덕봉(407m)~마성산(409m)을 거쳐 금강변 장계교에서 대청호로 잦아든다.
- 금산과 영동을 흐르는 금강의 서쪽 분수령을 이룬 장령지맥은 도상거리 약 80km의 준수한 산줄기다.
마성산은 장령지맥에서 거의 끝부분을 형성하고 있는 봉우리다. - 우뚝하게 솟아 있는 것이 독립된 산맥 같지만 식장지맥과 금남정맥을 거쳐 백두대간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 마성산은 높지는 않아도 줄기가 굵어 종주 산행의 묘미가 남다르다.
- 북쪽 끝의 장계관광지까지 계속해 대청호의 푸른 물을 옆에 두고 산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성산 능선에서 보이는 호반은 수자원공사에서 관리하는 대청호에서는 벗어난 곳이다. - 어떤 이들은 그냥 금강의 일부라고 말하기도 한다.
- 하지만 엄연히 대청댐에 갇힌 고여 있는 물이니 호수라고 말해도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 금강이 대청호가 되는 곳으로 볼 수 있다.
-
- ▲ 1 마성산을 오르며 본 옥천 방면의 운무. 날이 추워지면 더 뚜렷한 산수화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2 길이 숲으로 숨어들면 서늘한 가을의 향기가 코를 찌른다. 나뭇잎이 마르는 냄새가. 3 마성산 종주 코스에는 동쪽으로 절벽이 형성된 산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산불 지나간 구간이 조망도 좋아
마성산 정상의 헬기장을 가로질러 곧장 고도를 내렸다.- 제법 가파른 길이지만 널찍하고 뚜렷해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내려선다.
- 길은 이내 숲으로 접어든다.
- 조금 전에 보았던 시원스런 조망은 나무들 사이로 숨는다.
-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은근한 햇빛이 상쾌하다.
- 산길은 고도를 한껏 낮춘 뒤 잔잔한 파도처럼 순탄하게 이어진다.
- 큰 힘 들이지 않고 진행할 수 있지만 숲의 연속이라 약간은 답답한 느낌이다.
나무 사이로 진행하다 보니 산길 가운데가 깊게 골이 패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 비가 내린 뒤에 물이 흐른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 또렷하고 거친 흔적이다.
- 대전둘레산길잇기 동호회의 이주진(닉네임 돌 까마귀)씨는 “이 물골은 산악오토바이가 만든 것”이라고 했다.
- 대전 주변의 산을 오르다 보면 가끔씩 산속을 달리는 오토바이족을 만나곤 한단다.
- 급경사 오르막길을 억지로 오르며 바퀴로 좁은 골을 만드는 것이다.
- 취미도 좋지만 산을 이렇게 파헤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 산길 상태가 보기에도 안쓰러웠다.
- 능선이 잠시 고개를 드는 326봉에서 산길은 오른쪽으로 꺾어 내린다.
- 정상의 공터에는 훌라후프와 ‘할애비산’이라 적힌 작은 리본이 달려 있다.
- 하지만 지형도상의 ‘할애비산’은 이 봉우리에서 남서쪽으로 350m 가량 떨어져 있는 289봉을 지칭한다.
산을 내려서면 왼쪽으로 광산터가 보이고 곧이어 며느리재를 만난다. - 능선상의 사거리지만 왼쪽 국원리로 이어지는 길은 뚜렷하고 완만한 반면 우측 금강 방면은 길이 희미하고 경사도 심하다.
- 사실상 고개로서의 기능을 하는 곳은 아니고 산행 중 이정표로 삼을 만한 곳이다.
능선 동쪽의 경사가 점점 가팔라지며 대청호가 한층 가까이 다가왔다. - 길게 굽이지며 이어진 호수는 계속해 금강 상류로 이어지고 있었다.
- 넓고 광활한 호수를 상상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는 풍광이지만, 실제로 보면 가슴 시원한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 차분한 옥빛 호수에 조각배가 떠가는 모습이 가슴 떨리게 아름답다.
-
- ▲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산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
호반 경치 좋은 장계관광지로 하산
며느리재를 거쳐 이슬봉(454.3m)에 이르기까지 호반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연이어 나타난다.- 마성산 줄기에서 조망이 가장 좋은 구간이다.
- 줄곧 오른쪽 절벽 아래로 보이는 금강과 함께 산행을 할 수 있다.
- 이곳은 몇 해 전 산불이 나서 비교적 큰 나무들만 살아남았다.
- 그런 덕분에 시야가 막힘이 없고 시원스럽다.
- 물길이 휘어지는 곳의 백사장 위에서 한가롭게 거니는 물새를 보며 호수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 천천히 이동하며 가을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이슬봉 정상에는 삼각점과 2009년 3월 군북초등학교 42회에서 세운 나무 푯말이 서 있다. - 정상에서 산길은 두 가닥으로 갈리는데, 왼쪽은 소정리로 내려서는 산길이고 오른쪽은 장계리로 이어진다.
- 이슬봉 이후로 산길은 크게 오르내림 없이 지형도에 참나무골산(422m)이라 표기된 봉우리까지 이어진다.
- 이 봉우리에서 잠시 북쪽으로 나서면 봉분이 있는 자그마한 봉우리에 올라선다.
- 장계교 일대가 아스라이 조망되는 장소다.
- 이곳이 평탄한 능선의 끝 지점이다.
이후 숲길을 따라 고도를 낮춘 다음 철탑을 거쳐 능선상의 삼거리(좌표 N36 22 12.6 E127 37 35.5)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 계속해 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도로와 가깝긴 하지만 커다란 절개지로 연결되기 때문에 위험하다.
- 산허리를 가로질러 작은 고갯마루에 오르면 다시 길이 갈린다(좌표 N36 22 11.2 E127 37 40.5).
- 여기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농원을 통해 하산할 수 있지만, 최근에 전기 철조망을 설치해 출입이 불가능해졌다.
- 계속해 북쪽으로 뻗은 능선을 타고 300m쯤 가다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능선을 탄 다음 연이어 나타나는 봉분을 통과해 내려서면 도로와 만난다.
- 여기서 왼쪽으로 조금만 나가면 버스 정류소가 있는 큰길이다.
놀이기구와 식당 등이 밀집해 있는 장계관광지는 인기 휴양지였다. -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주변에 놀이동산이 여럿 생겼고, 이제는 사람들의 발길이 예전만 못한 곳이다.
- 그래도 장계리의 음식점들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종주를 마친 뒤 대청호를 바라보며 즐기는 매운탕과 도리뱅뱅이는 마성산 산행의 또 다른 묘미다.
- 눈이 기쁘고 입이 호강한 즐거운 하루였다.
-
- ▲ 대청호 주변산 위치도
-
- ▲ 마성산 개념도
월간산 / 글 김기환 차장
사진 김승완 기자
출처 : 한밭토요산악회
글쓴이 : 산무지개 원글보기
메모 :
'번개산행 앨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대청호반 둘레산행 (제6코스 1) 2010. 5. 8. (0) | 2010.07.05 |
---|---|
[스크랩] 닭이봉과 철마산(469m) 금산군 금성면.군북면 (0) | 2010.07.05 |
[스크랩] [대청호가 보이는 산] 국사봉 (0) | 2010.07.05 |
[스크랩] [대청호가 보이는 산] 둔주봉 (0) | 2010.07.05 |
[스크랩] 대전둘레산길잇기 12구간 (0) | 2010.07.05 |